시곗바늘

@earlybird316 · 2018-07-17 13:16 · kr

시침과 분침 사이엔 영원한 시간이 수렴합니다 저는 당신을 만난 줄 알았지만 그저 잠시 같은 방향을 가르킨 것뿐이었습니다 이 식상한 테두리 안에서 서로를 앞지르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 것은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의미를 빼앗기고 맙니다 우리는 좁다란 테두리를 따라돌며 죽는 중입니다 개성이 되지 못해 늙고 숫자가 되어 시들고 있습니다 언젠가 당신은 원 밖의 삶을 꿈꾼다고 제게 말했습니다 안락한 고장만이 최고의 꿈이 되어버린 기계적 삶 말고 영혼을 갖고 사랑하는 삶을 택하고 싶다고 말입니다 사람들은 유치하다며 당신을 비웃었지만 만일 그런 것이 유치함이라면 당신의 유치함에 저의 실존을 걸고 싶어졌습니다 그러니 부디 원 밖의 삶을 찾아주세요 그리고 제게도 원 밖에도 길이 있더라고 꼭 말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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