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감나무는 매우 처량하다. 보통 12월이 넘어가면 나뭇잎도 다 떨어지고 "감 따는 장대"를 운 좋게 피해간 몇 알의 감들도 결국은 까치의 유용한 "겨울 양식"이 된다.
하지만 여기 감나무 꼭대기에 대롱대롱 매달려 끝까지 버티는 감이 한 알 있다. 이 감나무는 내가 지난주에 한 알 남은 감이 인상적이길래 찍어놨던 감나무다.
후에 감나무 주인은 가지치기를 하였고 요 며칠간 매서운 비바람이 세차게 불길래 나는 하나 남은 감도 당연히 떨어졌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다시 본 감나무의 마지막 남은 감은 가지 끝에 아슬아슬 매달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비바람에 치이고 까치가 쪼아서 만신창이가 된 몸뚱이를 이끌고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공허한 하늘을 향해 "나는 이 추운 겨울이 전혀 두렵지 않다"고 외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