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keydon입니다.
며칠 전에 zzan에서 주최하는 "이달의 작가 공모"에 참가했던 주제가 "은행나무"였는데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조사하는 중에 여러 기사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 기사 중에 하나가 지난해 서울 시내 은행나무 악취 민원이 500여 건이었는데 그것에 대한 해결책으로 나온 것이 암나무를 수나무로 교체하는 것이랍니다.
그 이유가, 은행나무의 열매는 암나무에서만 열리기 때문에 병충해와 공해에 강하고 수명이 길며 미관도 수려한 은행나무를 가로수로 포기하지 않으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죠.
암나무를 베어내고 수나무로 교체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한 그루당 150만 원이 소요되며, 이미 서울시는 내년에 은행나무 교체를 위해 수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고 합니다.
정화력이 우수한 은행나무는 서울시 가로수 중 가장 많은 36%를 차지하며 미세먼지와 매연에 찌든 서울 하늘을 정화하는데 온몸을 다해 헌신하는 서울 시민에게는 아주 고마운 나무입니다.
하지만 이제 고작 몇백 명의 민원으로 인해, 사라질 운명에 처해버렸죠.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인간의 행태가 "토사구팽"이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르게 합니다.
은행나무는 지구라는 별에서 살아온 역사가 깁니다. 약 3억 5,000만 년 전인 고생대 석탄기에 출현해 현재까지도 번성하고 있는 "살아있는 화석"입니다.
하지만 은행나무의 종자는 크고 무거워 바람이 옮겨줄 수 없습니다. 게다가 은행나무의 종자를 덮고 있는 과육에서는 고약한 냄새가 나서, 동물들이 근처에도 가지 않기 때문에 은행나무는 산으로 갈 수 없습니다. 오직 인간만이 열매를 먹는 방법으로 씨앗을 퍼트려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은행나무는 늘 인간들이 사는 곳에서 살며, 인간들과 공생해왔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그 공생관계를 인간들이 깨려 하고 있네요. 가을에 잠시 냄새가 난다는 이유만으로 말이죠. 해마다 몇억씩 쏟아부으며 나무를 베어내면 결국, 수년 안에 서울 시내 은행나무 중 암나무는 전부 사라지고 말 겁니다.
그때가 되면 해마다 가을을 알리던 시큼한 은행 냄새가 그리워지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수나무들로만 가득 찬 은행나무 가로숫길도 왠지 모르게 더 쓸쓸해 보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