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트립스팀으로 인사드리네요! 트립스팀에서 새해를 맞아 "이벤트 보따리"를 종합선물 셋트로 잔뜩 푸셨더라고요~ 트립스팀 지지자인 제가 참여 안 할 수가 없죠! ㅎㅎ
"여행지에서 생긴 일" 이벤트에 참여합니다!
예전에 도쿄에서 3개월 정도 여행한 적이 있습니다. 여행이라기보다는 생활에 가까웠네요~ ㅋㅋㅋ 그때 저는 오덕후는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아키하바라만 가면 재밌더라구요! 그래서 일주일에 세 번 정도는 꼭 아키하바라에 가서 놀았어요~
아키하바라가 어떤 곳인지 아시죠? 우리나라 용산이나 세운상가 생각하시면 됩니다. 뭐 전자기기들도 팔고 피규어도 팔고 만화책도 팔고 그런 곳이죠~ 그리고 성인샵도 엄청 큰 데다가 그때만 해도 일본의 국민 정서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개방적이어서 저녁 시간에 가면 퇴근한 오피스걸들이 다른 사람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성인용품을 쇼핑하는 것을 볼 수 있는 곳이었어요~
근데 요새는 우리나라도 그런 곳이 많이 생겼더군요~ ㅎㅎ 얼마 전에 합정동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는~ 이제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더 개방적인 것 같네요~
아무튼, 저는 아키하바라의 많은 가게 중에서 인형판매장을 특히 좋아했는데요~ 너무 비싼 가격이라서 모두 그림의 떡들이었지만~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아서 아키하바라의 골목길을 하나하나 누비며 모든 인형을 감상했었어요~
그러다가 어느덧 3개월이 후딱 지나가 버리고 이제 여권 비자가 만료되어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어요~ 저는 무엇보다 이제 아키하바라의 인형들을 못 본다는 사실이 너무 아쉽더라구요~ 그래서 남은 돈을 탈탈 털어~ 아키하바라에서 가장 싼 인형을 찾아 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런데 저는 인형들의 가격을 보고 좌절할 수밖에 없었어요~ 사진에 보이는 저런 인형들이 보통 40만원~50만원 정도 하거든요~ 하지만 제가 가진 남은 엔화는 만엔(10만원) 밖에 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포기하고 돌아가려던 찰나, 한쪽 구석에 처박혀 있는 인형이 하나 보였어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헐벗은 상태였고~ 먼지가 뽀얗게 쌓여있었어요~ 그리고 빛이 바랜 가격표에는 단돈, 오천엔(오만원)이라는 숫자가 적혀있었죠~
저는 순간 가슴이 두근 두근거리기 시작했어요~ 시중가의 10분의 1밖에 안 되는 싼 가격도 매력적이었지만 그 인형의 우수에 찬 눈을 보는 순간
마치 임시보호소에서 선택받지 못해 안락사를 기다리는 유기견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그냥 나올 수가 없었거든요~ 아무래도 하자가 있어서 누가 반품한 듯한데 옷도 없고 하니까 싸게 파는 것 같더라구요~
계속 안 팔리면 뭐 언젠가는 폐기되겠죠~
그런데 일본의 구체관절인형들은 다 벗겨놓으면 우리나라 인형들과 달리 매우 구체적입니다.
크흠~
위 사진은 일본 온라인 매장 상품을 퍼온 것인데~ 저 사진을 참고하시면 돼용! 좋게 말하면 너무 사실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너무 선정적이죠~ 파는 곳에서도 사진에서는 자체 모자이크 처리를 했네요~ ㅋㅋㅋ
아무튼, 저는 한국에 돌아가면 이쁜 옷을 만들어 입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오천엔에 인형을 구입했어요~
그리고 여행가방에 저 인형을 쑤셔 넣고 귀국했죠~ 근데 저는 귀국한 지 며칠 안되어 지방으로 일하러 떠났고 인형은 제 여행용 가방 속 좁고 어두운 곳에서 제가 오기만을 기다리게 되었죠~
하지만 인형은...
그 후로 저와 다시는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몇 주가 지난 후, 쉬는 날에 집에 왔을 때, 제 인형은 제 여행 가방 속에서 사라지고 없더라구요...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저희 어머니와 누나들이 제 여행용 가방을 정리하다가 발견하고 흉측해서 버린 듯했어요~
저는 그렇게 집에서 변태 취급받으며 제 소중한 인형과 작별 인사도 못 하고 헤어지고 말았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요즘도 가끔 그 인형이 생각나네요~
여행지 정보
● 일본 東京都千代田区外神田3丁目11−12
관련 링크
● https://www.kr.jal.co.jp/krl/ko/guidetojapan/detail/?spot_code=akihabara
이 글은 스팀 기반 여행정보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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