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공사가 마무리되어가면서, 사람들이 하나둘씩 짐을 싸서 떠나간다. 그들의 자리엔 늘 무언가가 남는다.
먹을거리, 집안용품, 생활 흔적들.
나는 그걸 버리지 않고 일단 다 챙겨둔다. 다음 현장에 올 누군가에게 분명 쓸모가 있을 테니까. 싼 물건이라도 사려면 다 돈이고, 버리면 그건 또 쓰레기가 되니까.

서랍장 한 칸이 라면으로 어느새 가득 차 버렸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한국 제품이 귀해서 휴가 때마다 무겁게 짐을 싸 들고 돌아오곤 했는데, 이젠 이곳에서도 웬만한 건 다 구할 수 있다. 물론, ‘없는 게 없다’고 하기엔 아직 ‘많이 없다.’
곧 더 많은 사람들이 떠날 거고, 서랍장은 또 부족해지겠지. 하지만 그 무렵엔 새로운 사람들이 오고, 다시 나눔이 이어지고, 또 하나의 시작이 다가올 것이다.
이곳의 시간은 그렇게 흘러간다. 떠남과 남음이 반복되는 현장, 그리고 그 안에서 조금씩 쌓여가는 사람의 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