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린델발트의 민박집 테라스 한쪽, 작은 돌 화분에 심어진 다육이들이 눈길을 끌었다. 비가 내린 뒤 맑아진 공기 속에서 이슬방울이 잎사귀마다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햇살이 스며들며 반짝이는 그 모습이 마치 스위스의 정기를 그대로 머금은 듯, 그 어떤 화려한 꽃보다 더 생기있고 아름다웠다.
손끝으로 살짝 닿기만 해도 이슬이 톡 떨어질 것 같은 투명한 순간. 그린델발트의 맑은 공기와 초록빛 풍경이 이 작은 다육이 안에도 숨 쉬는 것만 같았다.
여행 중에는 이런 사소한 장면 하나가 마음을 오래도록 따뜻하게 남는다. 거대한 산과 호수의 웅장함 사이에서 조용히 피어 있는 생명 하나, 그게 바로 이곳의 진짜 매력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