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데이라 융합 과학 공작물을 만들던 시간이었다. 남학생 하나가 화장실에 갔다가, 다시 헐레벌떡 뛰어왔다. "선생님, 1학년 애가 변기 밖에 똥을 쌌어요!"
난 어떤 아이가 조준 사격을 잘못하고 갔겠거니 생각했다. 그런 일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남자 애들이 화장실에서 온 전령을 따라 우르르 화장실로 몰려간다. 아이들은 똥을 보겠다고 본능적으로 움직인다. 아이들의 뒷꽁무니를 따라 화장실로 들어섰다.
이게 왠일인가. 세 번째 칸에 아이 하나가 바지를 내린 채 엉거주춤하게 서 있었다. 똥을 싸고 간 것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인 상황이었다. 1학년 남자 아이는 크게 당황해서 울먹이며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난 우리반 아이들을 교실로 다 보내고는 상황을 살폈다.
아이는 바지를 내리고 변기에 앉기 직전에 참지 못하고 실례를 해버렸고, 팬티, 바지, 엉덩이와 다리 할 것 없이 질펀한 변 범벅이었다. 1학년 아이가 했다고 믿기지 않을 만큼 많은 변이 변기 뚜껑과 바닥에도 묻어 있었다.
"이름이 뭐니?" "희찬(가명)이요." "희찬이 속이 많이 불편했던 모양이구나. 누구나 이런 일은 겪을 수 있어. 많이 놀랐겠지만, 괜찮아." 아이를 안심시키는 게 최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네. 아침부터 속이 안 좋았어요." 다행히 아이가 담담하게 말한다. "우선 바지와 속옷부터 벗자. 선생님이 도와줄게." 하의를 벗는 걸 도와주고 아이가 옆 칸으로 가도록 이끌었다. 아이는 아직 속이 안 좋은지 변기에 앉았다. "괜찮으니까, 천천히 편안하게 볼 일을 봐. 선생님은 휴지와 물티슈를 좀 가져올게."
난 교실로 돌아와서 반 아이들에게 그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고 부끄러워 하지 않게 행동하라는 당부를 한 뒤, 휴지를 들고 다시 화장실로 돌아갔다. 가는 길에 1학년 교실에 전화를 걸었다. 담임 선생님에게 이 일을 알리고 학부모에게 연락해서 아이가 입을 옷을 가져와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학년은 급식 시간이라 선생님은 전활 받지 못하셨다. 그 아이도 급식을 먹다가 갑자기 배가 아파 보건실에 간다고 하고 올라와서는, 화장실로 목적지를 바꾸었는데 정신 없이 화장실을 찾다가 3층까지 올라오게 된 것이었다. (1학년 교실은 1층이고, 1층에도 화장실이 있다)
여벌의 옷이 필요해서, 스팀데이라 마침 수업이 없었던 체육전담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리 계원이다. "선생님, 체육관에 대회용 유니폼이 있어요. 제일 작은 사이즈를 찾아서 좀 갖다주세요."
화장실 앞에서 기다렸다가 유니폼을 받아들고 화장실로 들어가서 아이의 다리와 엉덩이에 범벅이 된 변을 물티슈로 닦아냈다. 그런 다음 아이에게 유니폼 반바지를 입혔다. "팬티 안 입었는데 괜찮아요?" 아이가 물었다. "응. 괜찮아. 이 바지는 빌려입고 나중에 갖다주면 돼. 이건 별 일 아니야. 괜찮지?" 아이는 계속 아침부터 배가 아팠다는 말을 반복했다.
이 상황을 최초로 목격했던 우리 반 아이를 불러, 교내 어딘가에 계실 청소 아주머니를 찾아 화장실의 상황과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도움을 구하라고 이르고는, 1학년 아이를 데리고 아이의 교실로 갔다. 담임 선생님과 반 아이들은 급식실에서 올라와 있었다. 선생님은 보건실에 간다던 아이가 나와 함께 나타나자 놀란 얼굴이셨다. 선생님을 교실 밖으로 불러서 말했다.
"아이가 배가 아파서 화장실을 찾다가 변기에 미처 앉기 전에 실수를 했어요. 옷을 좀 버렸지만, 수습했으니 아이가 놀라지 않게 안심시켜 주시면 될 것 같아요." 그러곤 아이의 옷을 담은 비닐봉지를 건네주고 올라왔다. 올라오니 우리 반 아이가 청소 아주머니를 찾아 상황을 잘 전달해서 화장실도 수습되는 중이었다.
가장 걱정이 된 건 그 일이 혹여 아이에게 트라우마로 남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오후에 담임 선생님이 감사를 전하며 다행히 아이가 많이 놀라지 않았다는 얘길 하실 때 마음이 놓였다.
난 일을 처리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줄곧, 내 아이라면 내가 어떻게 행동하고 처리해야 할까를 생각했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일은, 확실히 타인에 대한 태도와 자세를 바꿔 놓는다. 화장실 세 번째 칸에서 희찬이의 글썽이는 눈을 본 순간부터, 그 아이는 내 아이였다. 내 손에 똥이 묻어도 아무렇지 않았다. 아이의 마음이 어떨까가 제일 큰 걱정이었다. '아빠'라는 이름이 일으킨 변화다.
가장 극적인 변화는 뭐니뭐니해도, 변을 대하는 나의 태도에 있다. 아이를 낳아 기르며 매일 똥기저귀를 갈다보니, 변을 대면하는 일이 일상이 되어 똥을 대할 때 두려움이 없어졌다. 아빠는, 변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아니, 가끔은 무섭다. 하지만 변을 다루는 역량이 확실히 향상되었다. 어떤가, 아빠라는 타이틀, 매력적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