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l review] 이벤트 당첨 티켓으로 <기생충> 보기+ 배역에 관한 단상

@kyslmate · 2019-06-19 03:11 · a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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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관람기

@virus707님이 개최하신 영화티켓 증정 이벤트에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기생충> 티켓을 거머쥐었습니다. 최근 몇 달 안에 손에 꼽을 만한 행운이 아닐까 싶네요.

아내에게 공짜 티켓이 생겼다는 소식을 전하고 영화 관람 계획을 세웠습니다.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아이 둘을 집 가까이 있는 처갓집에 맡겨야 합니다. 장인어른, 장모님의 스케쥴과 우리의 스케쥴을 맞추고, 돌발 변수가 생기지 않아야 영화관 나들이가 가능합니다.

지난주 토요일에 가려고 처갓집과 일정을 다 맞춰놨는데, 갑자기 첫째 아이가 중이염판정을 받고 열이 올라 못 가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약을 먹고 하루 만에 상태가 호전되어 그 다음 날인 일요일 오후에 처갓집에 급히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지 여부를 타전했습니다. 오케이 사인을 받고 아이들을 맡기고 영화관으로 향했습니다.

어렵게 얻은 시간인 만큼, 어두컴컴한 극장에 앉아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그 일 자체가 무척 달콤하고 즐거웠습니다. 영화가 평범한 수준이었어도 일정한 설렘은 보장되었을 텐데, 영화가 재미있기까지 합니다. 더할 나위 없는 휴일 오후를 보냈습니다. (공짜 티켓이 아니었다면, 아내는 <기생충>을 보려고 하지 않았을 겁니다. <알라딘>이나 <맨인블랙>을 보고 싶어 했거든요.) 즐거운 기회를 만들어주신 @virus707님께 감사드립니다.

가장 돋보였던 인물


줄거리나 스포 없습니다. 등장인물, 배우 위주의 리뷰입니다.

<기생충>에 관한 수많은 리뷰와 분석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세세하게 분석하려고 하는 시도는 자칫 동어 반복으로 피로감만 더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AAA에서도 여러 이웃들이 영화 속 상징이나 메시지에 관한 좋은 리뷰를 내놓고 있으니, 제가 감탄한 부분만 간략하게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이 영화의 배우들은 저마다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앞으로 있을 국내 영화제에서 <기생충>의 배우들은 많은 트로피를 수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돋보였던 인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타이틀롤은 송강호지만, 송강호보다 출연 분량이 많고 더욱 대체 불가한 연기를 보여준 이가 있었습니다. 바로 조여정입니다. 이 작품은 그녀의 인생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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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교라는 인물에 주목하는 것은, 단지 조여정이 연기를 잘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조여정은 인터뷰에서, 직전 작품에서 복잡다단한 내면을 가진 인물을 연기했는데, 연교라는 단순하고 순수해 보이기까지 한 역할을 부여받고 연기하는 것이 즐거웠다는 얘길 합니다. 그 정도로 캐릭터만 따지면 부잣집에서 어려움을 모르고 자란 사모님이라는, 전형성을 가진 인물입니다. 하지만 영화 속 연교의 위치를 보면 그렇게 단순한 역할만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연교는 모든 인물들을 잇는 구심점 같은 역할을 합니다. 연교는 기택네 가족들이 상류 세계로 진입하는데 연결 통로와 같은 역할을 수행합니다. 주요 등장인물 한 사람 한 사람과 독대하며 연기하는 유일한 인물입니다. 주요 인물 모두와 케미를 형성하며, 상황을 만들고 이야기를 앞으로 전개시킵니다.

알려진 바는 없으나(혹은 저만 모르는지 몰라도) ‘연교’라는 이름이 ‘연결할 연(連)’에 ‘교량 교(橋)’, 즉 ‘연결 다리’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면, 전 봉준호 감독의 디테일을 또 한 번 찬양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모든 인물을 연결하는 중심에 바로 연교가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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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의 절반을 책임진 캐릭터


<기생충>은 많은 장르가 녹아있다는 평을 받습니다. 코미디처럼 웃기다가, 사회에 대한 진지한 탐색을 하며, 스릴러와 잔혹극적인 요소도 녹아 있습니다. 조여정의 연기가 대단한 또 하나의 이유는, 영화가 코미디와 진지함을 오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기택의 가족 중에는 송강호가 이 역할을 확실히 해주고, 박사장의 집에선 조여정이 이 역할을 해줍니다. 코미디적 요소를 떠받드는 두 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조여정이 주는 웃음 포인트는 영화 전체에서 꽤 높은 비율을 차지합니다. 그 웃음은 억지 설정이 아닌, 조여정이라는 배우 자체의 매력과 그녀가 연교라는 캐릭터를 온전히 해석해낸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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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은 이전 작품에서도 그랬듯,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영화적 장치를 총동원하여 의미와 흥미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하였습니다. 그의 대단한 능력 중 하나는, 배우 선정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구멍 없는 배역 덕에 이 영화는 감독이 구상한 120퍼센트를 달성했습니다.

제 짐작이 틀리지 않다면, 대체 불가의 아우라를 보여준 조여정은 명배우로 레벨업하여 한동안 영화판을 이끌어갈 것입니다. 향후 있을 각종 영화제에서 몇 개의 트로피를 거머쥐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 Movie URL: https://www.themoviedb.org/movie/496243?language=en-US
  • Critic: AAA

  • 영화 URL: https://www.themoviedb.org/movie/496243?language=en-US

  • 별점: A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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