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하기 힘든 말 "저 작가인데요."

@kyunga · 2019-03-04 02:53 · bu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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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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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글에 대해 한 번도 자신 있게 "읽어보세요, 재미있을 거예요."라고 해본 적이 없다. 겸손이라도 떨어야 그나마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시종일관 그런 태도로 내 글과 책을 대해왔다. 내 나름 최선을 다해 전자책을 내고서도 인스타그램에는 표지 한 장을 올렸을 뿐이었다. 원래 글을 발행하던 스팀잇과 지인들에게서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았는데, 칭찬을 받아도 한사코 "아휴, 과찬이십니다~!"의 태도로 일관해왔던 것 같다. 내 글이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글일지 스스로도 아직 확신하지 못했던 게 분명하다. (으휴 찌질해...)

요란 떨지 않고 살포시 올려놓으면 누군가 닳도록 봐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근데 겸손이 지나치면 "봐도 괜찮지만 별건 없어."라는 뉘앙스로 느껴지는데, 나 같아도 읽고 싶지 않다. 어차피 누군가 읽어주길 바라며 적는 글이라면 조금 더 자신감 있게 권해도 되지 않을까

개인을 드러낼 수 있는 통로가 많아진 시대 콘텐츠를 직접 개인이 생산하는 시대 지나치게 겸손한 태도보다는 약간 뻔뻔하더라도 자신감 있는 태도가 필요한 건 아닐까.


저 작가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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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포함해서) "저 작가인데요."라고 말하기 힘든 사람도 많을 것 같다. 어딘가에 글을 계속 쓰고 있지만 작가라는 말은 왠지 쉽게 쓰기 힘들다. 글을 써서 이름을 알리고 사람들이 작가로 인정해야만 작가가 된다고 생각했다. 사람마다 다르게 정의할 수도 있지만, 왠지 작가라 하면 '우리 시대 최고 지성', '통찰력', '뛰어난 작품' 뭐 이런 형용사가 생각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얼마 전에 본 피드에서, 소설가가 소설을 쓰는 게 아니라 소설을 쓰는 사람이 소설가라는 글을 봤다. 이름 있는 문학상을 받아 멋있게 등단하고 활동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글을 쓰고, 누군가 읽어주고 있다면 이미 작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제는 단언할 수 있다. 매일 글을 적고 있다면 스스로 작가라고 불러도 좋다. 자신의 상처든, 경험이든, 지식이든 무엇이든건에 쓰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작가다. 좀 더 자신감 있게 쓰고 싶은 글을 꾹꾹 눌러 적어야겠다. 그리고 좀 더 자신 있게 말해봐야겠다. "저는 글을 쓰는 작가이고요, 제 글 읽어보시면 재미있을지도 몰라요."라고.



이 세상 모든 무명작가들을 생각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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