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자. 사진은 각도가 중요하다. 보는 각도에 따라 비열한 인상을 줄수도 있고 소탈한 인상을 줄수도 있으니.
이와같은 각도의 중요성때문에 언론은 특정 타겟을 물었을때 앵글을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맞춰서 반복적으로 노출한다.
타겟이 된 사람들은 언제나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다. 사진속의 남자를 다른 화면에서 본다.
조금은 달라 보이는가? 주변에서 흔히 접할수 있는 그저 그렇고 그런 고집센 노인네의 모습이다.
하지는 이사람은 좀 특별한거 같다. 인생 자체가 수수께끼로 만들어진거 같은 어찌보면 혹시 미드한편을 보는거 같은 느낌을 주는 이 남자.
그가 생전에 이룩했던 일들중에 가장 큰일은 무엇일까? 당시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고 이후 수십년간의 역사에서 큰 무게를 갖고있는 그 사건일까? 아니면, 사건의 전후에 그리고 그후 수십년간 그가 누렸던 스릴넘치는 온갖 모험이었을까?
살인을 했지만 1년 남짓한 복역(?)후 완전히 복권되고 권력의 단물을 빨며 살아간 수수께끼의 인물
공영방송이라는 KBS의 취재에 따르면 테러의 연속이었던 말년을 제외하곤 그의 인생은 그야말로 소설속의 주인공과 유사하다. 범법자가 복역중 군부대로 복귀하고 전역을 하고도 승진을 하고 기록은 경무대가 직접 관리했다고 한다. 범죄와 연관되었다고 의심되는 주변인이 모두 객사를 하는 와중에도 유유자적 자신의 인생을 화려하게 빛낸 인물
모든 독재자와 권력자들이 심판을 받던 수십년간 유일하게 신비한 보호세력에 의해 그 신변을 보장받았던 남자.
세월이 흐르고 독재자들이 사라지자 그를 심판하겠다고 나선 추적자들이 있었다. 그가 남긴 육성테이프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인생은 이렇게 살아야 하나보다. 무슨짓을 저지르건 자신의 선택에 대해 절대 후회하지 않는태도.
그는 역시 자신이 무협지의 주인공이라도 되는 존재인 것으로 여기며 살았지만, 아마 풍운아도 나이가 드니 피곤했던 모양이다.
"운이 쇠잔해지고..테러리스트에게 테러를.."
역시 이런 문구는 무협지에 어울린다.
그의 집 거실에는 장수와 복을 바라는 이런 액자가 걸려 있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그것을 누릴 자격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거 같다. 그러니 그런 대담한 짓을 저지르고 그 댓가로 어둠의 세계에서 화려한 인생을 살았으리라.
그리고 그의 인생에 대해 내려진 결말은 이것이었다.
내년이면 이 뻔뻔한 남자에 의해 자행된 그 날의 참사가 발생한지 70년이 된다. 오래 되어서인지 내 삶이 그렇게 되어서인지 편한대로 잊고 살다가 이렇게 뜬금없이 생각이 날뿐이다.
살아있는 살덩이는 오려내기 힘들고 묵은때는 벗겨내기 쉬울텐데.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겠다는 구호는 요란하지만 이렇게 오래된 일들은 신선도가 떨어지기 때문인지 소위 개혁가들의 안중에 없다.
당장의 대중의 욕망에 붙들려 달랑거리는 것은 정치인이 걸어야 할 길이 아니다. 그들이 보지 못하는 사뭇 지루해 보이는 뿌리를 찾아내고 그것들을 꾸준히 양생해야 사회에 힘이 생긴다. 우리는 너무 오래 발밑을 외면했다. 모두가 위에서 달랑거리는 달콤한 열매만 쳐다보며 살아간다.
이번 인물들역시 달아오른 대중들앞에서 선명성 경쟁을 하느라 눈에 띄는 결과물만을 쫓다가 지붕위를 쳐다보며 핑계대는 것으로 마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