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음주가무를 좋아한다. 그리고 영화를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한다. 믿기지 않겠지만, 그 다음으로 좋아하는 것이 책이다. 사석에서도 내 이야기를 하는 것 보다는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소설책보다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집이나 엣세이/수필집을 좋아한다.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 ― 책을 백번 읽으면 의미가 절로 드러난다.
오늘 스팀잇의 한 이상한 19금 ㅂㅌ 스티미언(~~@ioioioioi~~)이 위와 같은 제목의 포스팅을 했다. 책을 100번 읽지는 않겠지만, 수필이나 시집이나 천천히 곱씹어 읽어보면 글쓴이가 무얼 말하고 싶은 건지 들을 수 있고, 내가 살아보지 못 한 타인의 삶을 간접체험 해 볼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은 장르가 어디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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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 비싼 타인의 경험을 듣고 싶을 때 공짜로 듣는다면 분명 실례되는 일일 것이다. 그래서 호기심이 생기는 이야기라면 펀딩에 종종 참여하기도 했다. 최근 감명깊게 읽은 책 중, <지방시(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로 유명해진 ‘김민섭 작가’님의 <대리사회>의 펀딩에도 참여한 적이 있었다.
<김민섭 작가님의 ‘대리사회’ 와 ‘Thanks to’ 어딘가에 쓰여있는 내 이름>
이번에 고물(@fgomul)님께서 자신의 쿠바여행기를 책으로 만들어 펀딩을 진행하셨다. 여행을 좋아하고 수필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펀딩을 안 할 이유가 없었다. 9월에 펀딩을 진행하였고, 지금 책을 받아 볼 수 있었다.
4일정도 남쪽 지방으로 여행을 갔다가 어제 돌아왔다. 여행 때문에 고물님의 책이 2~3일정도 현관문 밖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여행에 돌아온 날 가장 먼저 날 반겨준 것도 고물님의 책이었다. 여행 짐을 풀기도 전에 고물님의 택배부터 풀어보았다. 예쁜 크라프트 부직포 주머니가 들어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고물님의 28살 적 삶이 담긴 < Mi Cubano >가 담겨있었다.
책을 언뜻 살펴보다가 소책자 사이에 꽂힌 엽서도 발견했다. 한 글자, 한 글자 진심으로 나를 생각해주시면서 쓰신 것 같은 편지였다. 괜히 뭉클하기도 했다. 특히 첫 줄의 Dear. ‘잘생긴’ 뉴위즈님 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잘생긴’이라는 단어가 보이지 않는다면 그건 단지 기분탓입니다.)
아직 책을 읽기 시작하진 않았다. 하지만 첫 장의 '좁은 세상으로의 초대'라는 겸손한 한 문장에, 좋은 글, 좋은 느낌일 것이라는 건 확실해진 것 같다.
사실 쿠바 여행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더 솔직하게는, 아마 평생에 갈 일이 있진 않을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책으로나마 쿠바를, 정확히는 고물님(@fgomul)이 보고 느끼신 쿠바를 경험해 볼 시간에 더 설레기도 한다. 역시 타인의 삶을 엿 볼 수 있는 시간, 내가 경험해보지 못 한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은 언제나 설렌다.
아니면 < Mi Cubano >를 읽고, 쿠바 여행을 계획하게 될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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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일단 오늘은 술을 마시러 나갈거다. 첫 줄에서 말 했듯이 그래도 제일 좋아하는 것은 ‘음주가무’이니... 'ㅡ' 크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