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이동에 푸른섬 한의원을 오픈한지 이제 한 달이 훌쩍 지났습니다. 처음 개원식을 하고 진료를 시작하던 당시에는 찾아주시는 분들이 많지 않아 썰렁했었는데, 감사하게도 최근에는 내원해주셨던 분들께서 또 지인분들을 소개해주셔서 화기애애한 대기실을 볼 때가 종종 있습니다. 가끔 잘 모르고 지내셨던 동네 분들이 푸른섬 대기실에서 서로를 알게 되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모습을 보면서 흐뭇하기도 뿌듯하기도 하는 요즘입니다. 그래서 아직 길지는 않은 시간 동안 한의원을 운영하면서 느꼈던 기분 좋은 행복한 순간, 그렇지 못했던 순간들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기분 좋은 행복한 순간..
대부분의 의료인들이 그러하듯 저 역시 환자분들의 증상이 호전되고 병이 치료되었음을 확인할 때 뿌듯하고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게 됩니다. 자주 오시다가 소식이 없는 분들은 어떻게 지내시는지 조금 편해지셨을지 궁금해지고는 하는데, 간혹 지인분이나 가족분들이 내원하셔서 좋아졌다는 소식을 전해주실 때 그렇게 반갑고 안심이 될 수가 없습니다.
푸른섬에서 침 치료 시 유침 시간은 보통 15분~30분 사이입니다. 인체의 기가 순환하는 속도를 고려한 시간인데, 이 시간 동안 몸과 마음을 충분히 이완하는 것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에 중요합니다. 꼭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환자분이 침을 맞은 상태로 잠에 빠져들어 코를 고시는 소리가 들려올 때에는 묘한 승리감에 젖어들고는 합니다. 따끔한 침치료와 낯선 공간에 대한 환자분의 긴장감에 대한 푸른섬에서 느끼는 편안함의 승리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같습니다.
아침에 한의원을 오픈하자마자 환자분이 푸른섬을 찾아주셔서 대기실 좌석을 채워주실 때, 그리고 푸른섬을 찾아주신 다른 분들과 자연스럽게 담소를 나누며 집처럼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실 때 역시 푸른섬지기로서 뿌듯함을 느낍니다. 푸른섬이 언제나 부담 없이 찾아 쉬다 갈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좋지 않은 순간, 답답한 순간..
역시 치료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을 때, 혹은 증상이 악화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의료인으로서 무력감을 느끼기도 하고 조바심이 나기도 합니다. 전설적인 명의 화타와 같은 실력의 의술을 갖추어 치료하는 족족 환자의 병이 완치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많은 경우 '완치'라는 것이 쉽지도 않을뿐더러, 그와 같은 경지는 현실적으로 다다르기 어려울 것이라는 현실을 느끼게 될 때 한없이 작아지는 것도 같습니다. 그럴 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치료를 하고, 더 열심히 연구해서 효과를 높여야겠다고 다짐하고는 합니다.
치료의 과정에서 제도적 문제로 인해 마음대로 치료 방법을 선택할 수 없는 현실도 가끔 스스로를 답답하게 만듭니다. 침, 뜸, 한약 모두 치료를 위해 존재하는 대등한 한의학적 치료 수단이지만, 현재 한약에 대한 보험은 지극히 제한적이어서 한약을 요하는 환자와 증상을 대할 때에도 쉽사리 한약 치료를 결정하고 제안할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한약 이야기를 하고 나면 환자분에게 부담을 드린 것 같아 마음 한켠이 찜찜해지는 경험을 몇 번 하고 난 뒤로 요즘은 일단 침치료를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시행하고 있습니다.
한의원을 운영하면서 그래도 좋지 않았던 순간보다 좋았던 순간이 더 많았기 때문에 좋지 않은 순간은 두 가지로 하여 마무리지으려 합니다. 앞으로도 나누고 싶은 순간들이 있으면 정리하여 블로그에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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