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음식과 『리틀 포레스트』 [DAILY]

@notos · 2018-03-05 05:42 · kr-daily

녕하세요, 스티미안 여러분, 주말 잘 보내셨나요? 오늘은 삼일절과 주말 동안 있었던 일들 중 기억에 남는 몇 가지를 스티미안 여러분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제목의 티베트 음식과 『리틀 포레스트』는 서로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티베트는 제게 오랫동안 가보고 싶은 나라 중 하나였습니다. 티베트 불교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라는 존재와 유목민들로 이루어진 국민들도 매력적이었지만, 결정적으로는 미국 생활 중 만난 티베트 남자와 미국 여자의 결혼 생활 이야기가 티베트라는 나라에 대한 호기심을 구체화시켰던 것 같습니다. 제 지인의 친구였던 미국 여성분에게 초대를 받아 집을 방문했었는데, 티베트에 명상 여행을 떠났다가 수업 중에 만난 남편과 사랑에 빠져 함께 미국으로 돌아온 이야기를 해주었던 것입니다. 그날 이후, 달라이 라마가 백인 아이로 환생하여 후계자로 선택된다는 내용의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 영화도 챙겨 보았었고, 미디어에서 달라이 라마나 티베트 소식을 유심히 살펴보며 여행의 의지를 키웠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몇 년 전에 티베트의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운동과 중국군 진압으로 인한 유혈 사태 등의 보도를 보고 나서 여행에 대한 생각은 접어두게 되었습니다.

언론에서도 더 이상 티베트 소식이 뜸해지면서 그에 대한 관심도 많이 사라져 잊고 지내고 있었는데, 삼일절에 우연히 종로에서 티베트 음식점을 발견하여 식사를 하고 왔습니다. 입구에는 한쪽 벽면을 형형색색의 포스트잇이 가득 채우고 있었는데, 대부분 사장님으로 보이는 듯한 이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 인상적이었고, 문을 열고 들어가자 티베트 느낌이 가득한 인테리어와 향내가 독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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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안쪽의 방처럼 나누어진 티베트 사원 같은 공간에 자리를 잡았는데, 삼일절이라서 그랬는지 조용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메뉴는 각종 야채와 선택한 소고기가 들어간 '툭빠'와 볶음밥 '뎅오', 티베트식 손만두인 '모모'를 선택했습니다. 툭빠는 마치 고산지대에서 가운데에 화로를 두고 잔뜩 움크린채 호호 불어가며 후루룩 먹는 상상이 되는 맛이었고, 모모는 여태껏 경험해본 적 없는 특이한 향신료 냄새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뎅오를 먹으면서 푸짐한 티베트식 저녁식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식사가 끝나자 달달한 차를 후식으로 줘서 깔끔하게 입가심을 했던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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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하면서 검색을 해보고 알게 된 사실인데, 음식점의 사장님이 티베트에서 망명한 티베트인이라는 것입니다. 한국이라는 제3국에서 자국의 독립운동을 지켜보는 것은 어떤 기분일지 그가 안쓰럽기도 했고, 어쩌면 한국도 여전히 비슷한 상황에 쳐해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숙연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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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동안에는 현재 상영 중인 영화들 중 가장 높은 평점을 받고 있는 『리틀 포레스트』를 시청했습니다. 서울에서 임용고시 준비를 하다가 실패하고 시골 고향집에 내려와 고향 친구들도 만나고 재배한 농산물로 매끼 요리를 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는 담담한 영화입니다. 영화 속의 연기 같지 않게 진짜 고향의 친구들 사이에서 있을 법한 자연스러운 대사나 행동들, 익숙한 농촌 풍경들이 보는 이에게도 힐링의 시간을 선사했었던 것 같고, 영화의 주요 소재인 다양한 요리들은 현재 방송가의 트렌드를 반영하듯 풍족감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원작에 충실해서인지 오코노미야끼나 파스타와 같은 요리들은 뭔가 한국의 농촌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는 이질감을 느끼게도 했고, 주인공과 집을 나간(?) 어머니 사이에 존재하는 '여자들의 묘한 경쟁심과 같은 감정'이라는 것에 대해서 저로서는 공감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것이 제가 남자이기 때문인지, 한국인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저 지극히 주관적인 반응일 뿐인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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