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에 처음 포스팅을 한지 약 한 달이 지난 오늘, 제가 머물고 있는 강원도에는 펑펑 눈이 내렸습니다. 이렇게 눈이 오는 날에는 앞 마당에 쌓인 눈을 치우는 게 하루 일과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됩니다. 원래는 눈을 굉장히 좋아하지만, 강원도에 머물면서부터는 겨울마다 종종 쏟아지는 눈이 썩 반갑지만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눅눅해서 평소보다도 무거운 눈더미를 즐겁게 치웠는데, 서울을 비롯한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비가 내렸던 것을 보아, 올해 마지막 눈이라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오후에 날이 따뜻해지면서 눈이 녹아내렸고, 또 일부는 공기 중으로 증발했을 텐데, 녹는 눈을 보면서 스팀잇을 떠올렸습니다. 여태껏 수증기 'steam'을 'steem'으로 착각해서 스팀잇도 이런 의미이겠거니 짐작했던 것인데, 그 때문에 글을 써서 블록체인에 영원히 글을 새기는 행위가 물질을 공중으로 증발시켜버리는 것과 반대인듯하면서도 묘하게 닮았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네이버 블로그에 게재했던 글과 페이스북에 기록했던 개인적인 일상들, 또는 구석에 끄적여놓은 글까지 뒤적여 소재로 삼아 스팀잇에 포스팅하고, 이것이 소위 '박제'되어 더 이상 건드릴 수 없게 되자, 마치 공중으로 흩어진 눈처럼 홀가분한 기분을 느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작 steemit이 'steamit'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금은 그게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steemit에 어떤 의미가 담겨있을지 더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한 달 동안 스팀잇을 하면서 많은 한국 스티미안들의 도움을 받고, 또 교류를 하면서 90년대 PC 통신이 상용화되어 온라인상에서의 교류가 막 일어나기 시작하던 때와 같은 설렘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생태계에서 대부분 상업화되지 않은 진짜 '자기'들이 활발히 글을 올리고, 댓글을 달며, 보팅을 하는 '공동체'라는 이미지도 떠올리게 됩니다. 이러한 배경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암호 화폐 보상'이라는 다소 경제적인 원리가 작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점이 포스팅을 더 설레게 만들어주는 건 자본주의 사회에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옹호하고 싶습니다. 오히려 여러 가지 순기능을 위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한국 채널들을 보면 블록체인 SNS의 가능성이 새로이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여전히 베타서비스 기간임이 명시되어 있고, 주변에서 가입 승인 메일을 받지 못해 스팀잇 이용을 포기한 사례들을 보면 그 확장성에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문득 지금의 제 블로그도, 삶도 아직 베타서비스 기간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팀잇에서 알게 된 좋은 스티미안 여러분들과 교류를 늘려가고 발전해나가면서 블로그와 삶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고, 또 영글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모두 좋은 밤 보내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스티미안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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