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숭이의 땅힘" : 무의식적 이끌림 [BOOK]

@notos · 2018-03-02 05:26 · kr-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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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의 '무의식적 이끌림'이라는 부제는 사실 책에 대한 내용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에 관한 설명을 잠시 하자면, 대학생 때 중앙도서관의 게시판에서 (지금은 작고하신) 박완서 소설가의 특강 공지를 보고 자석에 이끌리듯 강당으로 발길을 향한 적이 있습니다. 대략 백 명, 이백 명 정도의 학생이 모인 소규모의 강당의 연단 위에서 언뜻 소녀처럼 수줍어 보이시기도 하고, 인자해 보이시기도 한 할머니께서 본인의 소설을 쓰는 방식과 그에 담긴 인생사 등을 이야기하고 계셨습니다. 워낙 오래전 일이라 상세한 수업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고, 박완서 선생님께서 학창 시절에 못된 친구한테 당할 때 후에 글을 써서 복수를 다짐했었다는 솔직한 일화에 대다수가 웃음을 터뜨렸던 일, 그리고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 가족 중 한 사람이 자신만만한 한의사에게 치료를 받다가 돌아가셨다는 원망 섞인 말씀에 스스로 어떤 한의사가 될 것인지 고민했던 순간 등이 아직 떠오릅니다.

그리고 강의를 듣다가 문득, '나는 박완서의 소설을 읽어본 적도 없는데 왜 이 자리에까지 와있나.'하는 의문을 가졌었습니다. 당시에도 책을 좋아했었고 지금보다 소설을 많이 읽었었지만, 당시 유명했던 박완서의 저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조차 펴본 일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세월이 조금 흘러서 인터넷 포탈의 뉴스에서 박완서 소설가의 작고 소식을 접했을 때에도 '학교에서 특강을 해주셨던 그 소설가'를 추억했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역시 그 계기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초등학생 시절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을 검색해보았습니다. 그 책의 제목이 『부숭이의 땅힘』이며, 책의 저자는 놀랍게도 돌아가신 박완서 소설가이셨습니다. 그 순간 '무의식적 이끌림'에 대해 떠올렸던 것 같습니다. 지금의 제 가치관 형성에 지대한 공헌을 했을 그 무엇들 중 하나인 『부숭이의 땅힘』의 저자가 대학생 시절 아무 이유 없이 찾아가 들었던 그 특강의 주인공이셨다니. 그저 우연의 일치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의식에서는 지워진 중요한 기억이 무의식 속에 남아 자석과 같은 영향력을 발휘했을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책의 내용을 소개 드리자면, 도시에서 학교를 다니는 주인공이 시골에서 전학 온 시골 아이 '부숭이'를 만나 겪게 되는 성장스토리라고 이야기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둘이 어떻게 한 집에 살게 되었는지, 정확히 어떤 관계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주인공 아이는 부숭이와 친해지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게 잘 되지 않자, 하루는 부숭이가 메고 다니던 낡은 책가방을 버리고 멋진 새 가방을 선물해줍니다. 그러나 뜻밖에도 부숭이는 이에 분노하여 주인공과 다툼을 하게 되고, 주인공 소년은 부숭이의 엄청난 힘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맙니다. 그날 이후, 주인공은 부숭이를 이기기 위해 부숭이가 보여준 힘의 원천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하는데, 마침내 주인공이 얻게 되는 결론은 그 거대한 힘의 원천이 사랑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부숭이의 낡은 가방은 돌아가신 어머니가 남겨주신 마지막 선물이었던 것입니다.

어린 조카가 새로운 학교로 전학해서 아직 조금은 힘든 시기를 보내는 것 같아, 옛 기억을 되짚어 혹시나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에 선물로 책을 샀습니다. 재미있게 읽을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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