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하!(주말 하이라는 뜻) 안녕하세요, 아웃백의 노예 @rosie2입니다.
지난 포스팅까지 지식전달 위주의 글을 쓰다 이렇게 일상글을 쓰게 되니 뭔가 설레네요. 사실 네이버 블로그 시절에는 온갖 짤을 사용하면서 웃기는 맛에 글을 썼는데, 스팀잇에서는 정보글을 작성하는데만 몰두했기에 좀 근질근질(?)했던 차였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이렇게 일상글로 그때그때 생각나는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하는 기회를 가져보려 합니다. (~˘▾˘)~
너무 친절한 서버
대학교 추가학기를 다니고 있는 저는, 생활비를 위해 현재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에서 알바를 하고 있답니다. 재작년 11월부터 작년 7월까지 9개월 동안 일하다 교환학생 때문에 퇴사하고, 올해 3월에 재입사하여 지금까지 일하고 있으니 거의 1년차라고 볼 수 있겠네요!
여러분은 아웃백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부시맨브레드, 베이비 백립 같은 맛있는 음식을 떠올리시나요? 저는 전지적알바생시점으로 ‘알바계의 해병대’라는 단어를 매번 떠올립니다. 다른 외식업체들의 업무도 마찬가지로 고되고 힘들겠지만, 고객응대의 난이도와 관련해서는 아웃백을 따라올 업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셀프 라운지(또는 샐러드바 같은 장소)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탓에, 고객의 요구사항은 ~~화장실 볼일 빼고~~ 처음부터 끝까지 담당서버가 케어해줘야 합니다. 물 한 잔 조차도 서버가 가져다줘야 하니, 어느 정도인지 아시겠죠? 아무리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대접하기 위한 시스템이라지만, 어쩔 땐 고객이 불편할 정도라고 생각이 들 때도 있답니다. (가끔 왜 테이블에 벨이 없냐고 화내시는 고객님도 있습니다ㅋㅋ)
No Rules, Just Right 고객이 원하면 안 될 것은 없다
아웃백에서 고객응대가 힘들다는 것은 바로 다음과 같은 모토 때문인데요. 바꿔 말하면 ‘고객이 왕이다.’입니다. 너무 터무니없는 요구사항을 제외하고는 최대한 고객님의 요청에 맞춰드리는 것이 아웃백 서비스의 기본인데요. 참 말만 들으면 쿨한 것 같지만, 이 모토가 알바생을 서비스 지옥으로 이끌지요..
아웃백 서버에게 요구되는 것은 크게 위생∙친절∙신속함인데, 개인적으로 이중에서 친절함이 제일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서비스업에 있어서 친절함은 기본이라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갖춰야할 미덕일 뿐, 의무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친절함도 항상 내가 의도한 대로 되지만은 않는다는 것이죠. 쏟아지는 고객님들의 요구사항을 기억하려 애쓰고 빠르게 처리하려다 보니 어느 순간 표정이 찡그려질 때가 있는데, 하필 그 표정을 고객님이 목격한다면 좋지 않은 서비스로 기억될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1년 간 아웃백에서 일하면서 good comment(고객의 칭찬 메시지)를 받은 것이 3번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것도 모두 일에 대한 칭찬보다는 친절함 때문이었죠. 그만큼 고객에게 감명을 줄 정도로 친절하기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무작정 친절하기만 하면 되는 걸까요? 아웃백 서버들은 보통 주문을 받을 때 고객님 보다 시선을 낮게 유지하기 위해 무릎을 꿇고 주문을 받는 일명 ‘puppy dog’ 자세를 취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서버들의 자세와 응대 태도가 손님 입장에서 ‘과도한 친절’로 보여서 오히려 불편하다는 의견도 있더라고요. (실제로 저도 근무하면서, 무릎을 꿇지 않으면 안 되냐는 요청을 받은 적이 몇 번 됩니다.) 네이버 예약 후기에 ‘서버들이 너무 친절해서 불편할 정도..’라는 글이 올라온 걸 목격한 것도 꽤 있답니다.
이런 일들을 겪고 나니, 친절함이 참 쉬운 게 아니라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친절함도 지나치면 상대에게 불편을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웃백 알바를 하면서 처음 깨달았습니다.
친절도 체력이다
하루에 장시간 근로를 하면서 느끼는 것은 내 체력에 따라서 친절도가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고객을 응대할 때 한 마디 더 하고, 더 웃어주고 하는 것들이 모두 체력이 소모되는 행위더라고요. ~~저녁쯤 되면 다들 손님 앞에선 웃고 돌아서면 바로 정색해요ㅋㅋ~~ 그리고 이건 단지 서비스업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따지고 보면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죠. 그런데 저는 이 말에 공감하지 못합니다. 가끔 성격 좋다라고 느끼는 사람이 있으면 ‘와, 쟤는 성격이 왜 저런데.’라고 느껴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이 차이를 체력 소모의 차이라고 봅니다. 자상하고 친절한 이미지를 주는 사람은 그만큼 말할 때 상대방을 배려하며 한 번 더 생각하며 체력을 소모하는 것이지요.
이렇듯 같은 말을 해도 쉽게 할 수 있을 걸 굳이 체력을 소모해서 더 예의 있게 표현하고 배려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체력 측면에서 봤을 때 친절함은 ‘불리한 선택’이죠. 하지만 그런 불리한 선택이 결국 그 사람의 됨됨이를 결정하고 이미지를 만드는 것 아닐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