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wifi님 감사합니다...
모과나무
가지 끝에 남은 모과 두 개 내일 따겠니 세 개 남은 모과 중 제일 실한 놈은 엊그제 떨어졌다 우리 동네 아파트 단지에 단 한 그루 심은 모과나무 길 건너에서 추파만 던지며 1년을 보내었다 잎이 나고 무성했을 때 모른 척 뒷짐만 졌다 열매 열리던 날부터 곁눈질만 하고 있었다
모과잎 우수수 떨어지고 알맹이 주렁주렁할 때도 부끄러운 그 얼굴 길 건너에서 지켜만 보았다 작년에도 네 향기 전부 놓쳤으니 햇발에 반짝이는 된서리마냥 기다림은 한낱 짝사랑으로 사라질 독백이었다
들에서다 3
새벽이슬 고백을 머금은 논둑과 고랑마다 고여있는 물웅덩이와 서글프게 누운 볏짚과 먼 산 가는 길 지쳐 엎어진 농로와 낙곡 찾아 모인 기러기들 밤새 이곳에 모여들어 벌판을 촉매 삼아 몸을 부빈 후 콧망울 끝에서 알랑거린 것을 아침 향기라 부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