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조금 이른 백일을 치렀다. 광명 소재 식당의 크지 않은 방이 웃음으로 가득 찼다. 아이는 간밤에 잠을 깊이 못 잔 채로 아침 일찍 목욕을 하고 병원이 아닌 곳에 차 타고 처음 나갔다. 여러모로 정신없고 피곤한 하루였을 터다. 태어난 지 세 달 남짓인데, 벌써 많은 사람에게 너무 커다란 선물을 안겨 줬다. 우리는 벌써 큰 신세를 졌다.
참석하지 못한 아이 삼촌, 내 동생 생각을 했다. 왔으면 가족사진 맨 끝에서 삐죽 솟아,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었을 테다. 멀리 떨어져서 산다고 버둥대느라 조카 백일에 참석 못한 걸 얼마나 속상해할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영상통화를 하자고 해도 못한다고 거절도 못하고 어물어물 넘기는 이유도, 짐작은 했지만 어제 어머니에게서 듣고 가슴이 아팠다.
문득 이렇게 커다란 기쁨을 끝내 얻지 못한 사람들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서 제일 큰 기쁨을 줄 거란 기대가 하루 만에 자신을 끔찍한 지옥으로 이끌어 가는 걸 경험한 선배, 갑자기 극악의 절망에 부딪혔음에도 소셜미디어에서 웃음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개그맨...
우리 아이가 태어나던 순간과 힘들던 시간들도 떠올랐다. 가족이 있는 곳에서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애써야 했다.
출근 전에 아들이 보채기에 잠깐 안아줬다. 아이는 조용히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 양쪽 옆구리에 댄 조그만 손에 힘이 꼭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앞으로 아들 앞에 무슨 일이 있어도, 언제든 붙들고 기댈 수 있는, 그런 존재일 수 있길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