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의 마지막 밤, TV에서 방영된 ‘KBS 광복 80주년 대기획 – <조용필, 이 순간을 영원히>’를 봤다. 솔직히 말해서, 요즘처럼 젊은 가수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75세의 조용필 선생님이 어떤 무대를 보여주실까 궁금했는데… 시작부터 마지막 곡까지, 그야말로 “가왕은 가왕”이었다.
무대가 펼쳐지자마자 입이 떡 벌어졌다. 130m가 넘는 LED 월, 노래 가사와 어우러지는 영상, 우주를 배경으로 흐르는 듯한 화면 연출… 그 안에서 조용필의 목소리는 여전히 강하고, 깊었다. 아내는 조용필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좋아했다. 나에게도 너무나 익숙한 노래다. 닐슨 시청률이 18% 넘었다는데,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 순간만큼은 나도, TV 앞의 수많은 사람들도 조용필의 음악 속에서 하나가 된 느낌이었다.
공연을 준비한 이야기를 들으니 더 마음이 따뜻해졌다. 1만8000명 관객을 무료로 초청했다. LED 무대 디자인, 곡마다 어울리는 화면, 그리고 세심한 선곡까지 — 모든 게 조용필의 손길이 닿아 있었다고 한다. “노래하다가 죽는다면 얼마나 행복하겠어요. 그게 제 꿈이죠.” 그의 음악이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삶 그 자체였다는 게 느껴졌다.
3시간 가까이 28곡을 혼자 부르셨다니, 믿기지 않는다. 그 연세에 그렇게 뜨겁게 노래한다는 건, 단순한 열정 이상의 것이다. 공연 후 제작진이 말하길, 몇 달 전부터 컨디션 조절과 리허설을 반복하셨다는데 그 철저함이 무대 위의 완벽함으로 이어진 게 분명하다.
TV 화면을 통해 보면서도 마음 한켠이 벅찼다. 노래 하나하나가 내 과거와 연결돼 있었고, 조용필의 목소리는 내 청춘의 배경음악처럼 흘러나왔다. 공연 제목처럼, 정말로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오늘 밤, 오랜만에 진짜 음악을 들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