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썅년들(1)

@afinesword · 2019-01-29 08:25 · busy

그년들이 썅년이라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달포 전 우리집 거실에서 아내가 큰놈에게 물었다. “선생님이 때리지는 않아?” 큰놈이 말했다. “때려” 어디를 어떻게 때렸느냐고 아내가 큰놈에게 재차 물었다. 큰놈은 자기 손바닥으로 발바닥을 찰싹, 때렸다. 웬일인지 나는 그때 욕실 문을 조금 열어둔 채 샤워를 했다. 아들이 맞았다고 하는 소리를 나도 들었다.

아내는 또 어디를 맞았느냐고 물었다. 큰놈은 목과 허리, 발등을 때리는 시늉을 했다. 화장실에서 맞았다고 했다. 아팠었냐고 아내가 물었다. 큰놈은 많이 아팠다고 했다.

“왜 맞았어?”

“내가 바보라서 그래.” 그 말을 하면서 큰놈은 고개를 떨구었다.

가슴이 서늘했다.

큰놈은 다섯 살이다. 그맘때 아이들은 상상과 현실은 혼동하기 마련이라는 것을, 나는 경험으로 안다. 이를테면 내가 손 하나 안 대고 꾸중하면 제 어미에게 뛰어가 아빠가 때렸다고 하는 식이다.

나는 그때 아내와 큰놈의 대화를 들으면서, 그래도 설마 어린이집 선생들이 그랬을까, 명색이 구립어린이집인데, 했다. 아마 그렇게 믿고 싶었던 것 같다. 병신같이.

아내는 같은 반 친한 A 엄마에게 연락했다. 아내는 큰놈이 이러저러한 얘기를 했는데 A는 어떻느냐고 A 엄마에게 물었다. A는 여자아이다. 여자아이는 사내아이보다 말이 빠르다.

다음은 아내에게 전해 들은 얘기다. 처음 A는 A엄마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않았다. 평소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일을 미주알 고주알 말하는 A였다. 낌새가 이상했다. A엄마는 “A야 선생님에게 절대 얘기하지 않을게. 솔직하게 털어놓는 사람이 용감한 사람이야”라고 달랬다.

A는 화장실에서 발바닥, 목, 허리, 발등을 맞았다고 했다. 서로 입을 맞추지 않은 큰놈과 A의 증언이 일치했다. 사실일 가능성이 높았다.

A는 또 반의 여러 아이가 맞았다고 했다. A는 원장의 폭행이 더 심했다고 털어놓았다. 원장의 폭행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쓰지 않을 것이다.

이튿날 아내가 같은 반 엄마들을 모았다. 엄마들이 각자 자녀들에게 내용을 확인했다. 몇몇 아이들은 맞았다고 했다. 맞았다는 아이들의 세부 내용은 일치했다. 몇몇 아이들은 말이 느려 맞았는지 맞지 않았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kr
Payout: 0.000 HBD
Votes: 33
More interactions (upvote, reblog, reply)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