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서적의 경우 제작과정을 단순화하면 4단계로 구성된다.
원고집필 - 출력용 원고 완성 - 가제본 만들기 - 인쇄 or 출력
소량용 인디고 출력이든 대량 부수를 찍어내는 옵셋이든 책을 진짜로 만들어내기 전에 책을 1부수 미리 만들어보는 가제본은 필수이다.
원고 완성은 지난 주에 일찌감치 끝냈고 여유롭게 지냈다. 독립출판은 처음이라 모든 게 낯설고 신기하고 재밌었다. 가제본을 만들기 전 표지와 내지로 사용할 종이를 골라야 하는데 직접 보고 결정하는 게 좋다고 해서 충무로의 '뛰는 사람들'이란 곳을 방문했다. 샘플 종이가 있어 직접 손으로도 만져보고 두께도 가늠해볼 수 있다.
인디고 출력의 경우 종이 선택의 폭이 많지 않아 미리 어떤 종이가 있는 지 적어갔다. 딱 가서 보자마자 랑데뷰나 몽블랑 같은 종이를 개인적으로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고 스노우 같은 미끌거리는 촉감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린넨커버에 반해 이걸로 해야지. 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확인해보니 값이 2배로 띄는 지라 빠른 포기. 결국 표지는 랑데뷰 240g 울트라, 내지는 랑데뷰 105g으로 결정.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가제본을 신청했다. 얼마나 아는 게 없었냐면 제본 사이즈와 편집 사이즈가 뭔지도 몰랐다. 완성된 원고는 제본 사이즈로 여유가 없었다. 그때부터 조금 불안하기는 했다. 새벽에 출력 의뢰를 넣었는데 9시 땡하자마자 알래스카 인디고의 직원이 전화해서 이것저것 확인했다. 처음이라 이렇게 원고를 작성해도 되는 지 모르겠다고 묻자 확인 후 연락주신단다. 생각보다는 정상적(?)으로 작업한 기분이 들어서 다음날까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어제 오후 4시경 완성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충무로로 달려갔다. 엽서와 가제본물을 받아들였는데 약간의 멘붕. 일단 인쇄 상태는 엄청 좋았다. 색감 표현도 나쁘지 않고 종이질도 맘에 들고 확인하고 가란 말에 인쇄소에서 작업물을 다 확인한 후 집으로 나섰다.
집으로 가는 지하철 내내 책을 붙들고 속상한 마음에 자신의 게으름(?)을 탓했다. 원고를 만들면서 프린터기가 없다는 이유로 인쇄 후 폰트 사이즈 등을 확인해 보지 않은 자신의 게으름을.. 남자친구에게 속상함을 토로하자 남자친구는 처음이라 그럴 수 있다며 가제본 그까지껏 다시 한 번 해보라며 나를 위로했다.
영혼의 간식 떡볶이를 2인분을 사들고 놀면뭐하니를 다운받아서 보면서 잠시 현실도피... 스트레스 받는 상태라 뭘 하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았다. 좀 쉬어야지.
한 50분쯤 봤을까. 미련이 가득한 여자처럼 시선이 책에서 떠나지 않았다. 다시 원고 재수정 작업에 들어갔다. 여백을 늘리고 폰트 사이즈를 재조정하는데 배열이 다 흐트러졌다. 다시 작업하는 건 상관없는데 처음 나름 딱 떨어지던 배열이 흐트러지자 꽤나 속상한 상태.
12시가 넘었고 몸이 힘들어 자야겠다 싶었다. 그런데 또 밤이 되서 그런가. 밤에 다시 펼쳐보니 책이 괜찮은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뭐지;;;;; 보다보니 정이 드나...
혼자 고민하며 머리 끙끙 싸매다가 스팀잇에 조언을 구해본다. (물론 결국 원하는대로 하겠죠....)
일단 표지에요. 조금 더 깔끔하게 흰색 선을 제외하고 크게 변화되는 건 없을 예정이에요.
책 사이즈는 13x18 cm에요.
이제 문제의 내지
사진으로 잘 표현이 될 지 모르겠는데 글자 크기가 생각보다 크고 안쪽 여백이 부족했더라고요. 책을 적당히 피면 글자가 안 보여서 찾아가며 읽어야 할 판. 가독성이 심히 걱정됩니다.
또 하나의 고민은 비슷한 페이지의 책에 비해 랑데뷰로 제작하다보니 더 두껍고 더 무거워요. 이 종이의 질감을 좋아하고 작업물 결과도 맘에 들긴 하지만 휴대성이 매우 떨어집니다. 좀 더 얇게 제작을 하는 게 좋을 지 고민이 되요.
비교해서 보기 더 수월하라고 제가 좋아하는 '퇴사는여행'책과 비교샷 거의 페이지수가 동일해요.
고민을 정리하면 이렇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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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크기를 줄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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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크기(현 나눔고딕 10pt)는 유지하되 책 사이즈를 늘려 안쪽 여백을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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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질감을 포기하고 더 가볍게 갈 것인가?
제작한 엽서도 보여드릴게요. 너무 미니미한가란 생각도 들어요.(14x7.5) 거의 책갈피 사이즈. 여기서 0.5cm 정도 세로만 늘릴 계획이에요. 사진 사이즈 때문에 규격사이즈로 제작하면 예쁘지 않더라고요. 사진 하나만 변경할 계획이에요. 너무 어두운지라
-_ㅠ 많은 조언 부탁드려요. 독립출판은 처음이라 모르는 것도 헤매는 것도 많네요. 재밌지만 역시 쉽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