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과 영화를 보지 않는 이유

@hyunyoa · 2020-01-12 14:51 · s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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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과 영화를 보지 않는 이유** 요아글


데이트 코스로써 **영화는 권태기를 겪는 연인들의 지루한 일정 중 하나로 수식된다.** 그러나 나는 매번 그 말에 의문을 품었다. 영화를 보고도 지루하다고 말하는 상황은, **극히 재미없는 영화를 제외하고는 그 영화를 보고 한두 시간을 떠들 수 없는 사람과 있어서는 아닐까?** 그래서 취향이 잘 맞는 연인이 생겼을 때 얼마나 다채로운 얘깃거리가 나올지 설렜다. 하지만 연인은 영화를 그리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고 그래서 나는 그 면에 꽤 실망하리라는, 어쩌면 서운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를 만나면 영화가 생각나지 않았다.** 영화사에 몸 담고 싶어 할 정도로 영화 바라기인 내가. 그럴리 없다고 고개를 저으며 왓챠를 켰다. 그리곤 연인끼리 보면 좋다는 영화들은 홀로 모두 봤으므로 고르고 고르다 <비포 선라이즈>를 찜했다. 그렇게 카페에서 연인을 만나 노트북을 펼치고 영화를 틀자마자, 닫았다. 카페는 시끄럽지도 않았고, 손님 없이 한적했음에도. **그저 이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영화를 볼 시간에, 이 사람의 얼굴을 더 보겠다는 말도 안 되는 오글거리는 마음.** 재작년 소설 수업에서 작가님이 하셨던 말이 떠올랐다. **해외 여행지를 갔을 때 불현듯 떠오른 영감에 일주일 내내 숙소에서 집필만 한 적 있었다고. 물론 작품이 완성되는 데 큰 기여를 하기는 했으나, 구상은 메모만 하면 되었지, 긴 여행기간도 아니었는데 차라리 그 시간에 더 많은 풍경을 눈에 담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굉장히 크다고.** 아마 이런 연유에서 비롯된 마음가짐이 아닐지 정의했다. 함께 책을 읽는 것도, 함께 영화를 보는 것도 좋다. 그러나 아직은 연애 초입일뿐더러 앞으로 취업과 등단 준비에 서로의 얼굴을 볼 시간이 적으니 점차 희소해질 그 시간, 홀로 할 수 있는 행동들은 잠시 미뤄두고 싶은 게 아닐까. 신기한 것은 영화를 억지로 미룬다는 마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저 욕구가 생기지 않는다. **그렇게 영화에 관한 나의 흥미도가 줄어버렸나 싶었지만 다시 혼자 있을 시간이 생기니 이런저런 영화를 보고, 보고 싶은 영화를 잔뜩 찜해두는 나를 발견했다.** **신기하네. 감정을 아무리 정의해봐도 다시 미궁에 빠지는 겨울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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