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에서 지내다 보면 한국의 추석과는 조금 다른, 그러나 비슷한 따뜻함을 가진 풍경을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이곳의 추석, 즉 중추절(中秋节)은 주로 중국계 화교들이 크게 기념하는 명절인데, 가장 중심에 있는 건 바로 월병(月饼, Mooncake)이에요.
한국에서 추석을 맞이하면 송편을 빚고 가족들이 함께 모여 차례를 지내듯, 말레이시아에서는 월병을 주고받으며 가족과 친지의 정을 나눕니다. 달이 가장 크고 밝다는 음력 8월 15일, 하늘을 올려다보며 가족의 화합과 풍요를 기원하는 마음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월병이 단순한 전통 과자를 넘어 하나의 ‘선물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는 거예요. 한국에서 추석 선물세트를 주고받듯, 말레이시아에서는 기업과 단체가 직원이나 거래처, 지인들에게 고급 월병 세트를 선물하는 풍경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예쁜 틴 케이스나 고급스러운 박스에 담긴 월병은 그 자체로 감사와 존중의 표현이 되고, 서로의 관계를 이어주는 매개체가 됩니다.
맛도 무척 다양합니다. 전통적으로는 연자씨 페이스트나 팥소를 넣은 월병이 기본이었지만, 요즘은 초콜릿, 치즈, 녹차, 심지어 두리안 맛까지 등장해 고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또 냉동 보관해 먹는 아이스 월병은 젊은 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지요.
추석 무렵 쇼핑몰이나 차이나타운 거리를 거닐다 보면, 형형색색의 등불과 대형 보름달 장식, 그리고 토끼 모양 조형물이 장식되어 축제 분위기를 더합니다. 아이들이 손에 들고 다니는 종이 등불은 한국의 연등 축제를 떠올리게 하면서도, 이곳만의 고유한 색채를 뚜렷하게 드러냅니다.
생각해 보면 한국의 송편과 말레이시아의 월병은 모두 같은 의미를 품고 있습니다. 가족과 함께 나누며, 멀리 있는 이웃과도 정을 나누는 매개체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보내는 명절이지만, 하늘에 떠오른 보름달을 바라보는 마음만큼은 같은 듯합니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월병을 드셔본 적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