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로 세계 일주를 해보자! 호기롭게 결정했지만, 생각만큼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았다. 뭐 모든 일이 늘 그렇지만. 먼저 부족한 자금을 구하기 위해 제안서를 써서 몇몇 기업에 보내봤는데 깜깜무소식이었다. 한 업체에서 검토 중이라며 SNS 주소를 묻기에 가진 거 없이 약을 팔아 봤지만 뭐 통할 리가 있나. 하지만 역으로 블로그니 인스타니 제대로 운영만 하면 언제든 후원을 받을 수 있다는 긍정의 메시지로 읽기로 했다.
기업에 제안서를 쓰고 보낸다며 11월, 12월이 훌쩍 가버렸다. 출발 일이 다가올수록 크루즈 가격은 오른다 했으니 1월 초에는 반드시 결제해야만 했다.
“아무리 찾아도 크루즈 같이 갈 사람이 없어요. 저 그냥 혼자만 예약해주세요.” “괜찮으시겠어요? 혼자 가면 두 배인데요?” “네??? 혼자 가면 두 배라고요?”
아는 여행사를 통해 결제하려고 보니 크루즈는 비행기와 달리 좌석 개념이 아니라 방 개념이라 1인이 예약을 해도 2인 가격을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동행의 후지불 팁과 세금이 빠진 돈이라 1인 가격의 1.8배 정도이다. 내가 생각했던 돈의 두 배를 내면서 크루즈를 탈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어떻게 해서든지 동행을 찾는 수밖에. 여행 카페에 동행 구하는 글을 쓸 요령으로 뒤적 뒤적거리다가 이런 제목의 글을 운명적으로 만났다.
“2019년 아시아 크루즈 여성 동행 구합니다.”
내가 첫 번째로 탈 크루즈는 상하이 출발 싱가포르까지 가는 15일 아시아 크루즈였다. 그리고 또 다행히 나는 여성이다. 바로 일정과 가격을 적어 쪽지를 보냈다. 그녀는 15일 일정이 좀 부담스럽다고 했으나 며칠 고민한 끝에 함께 하기로 했다. 속전속결이었다.
한숨을 돌리고 곰곰이 생각하니 다음 또 그다음 배의 동행을 어떻게 구해야 할지가 막막해졌다. 심지어 싱가포르에서 유럽으로 가는 두 번째 배는 무려 4주간의 일정이지 않은가. 나는 카톡의 친구 목록을 보며 1. 지금 회사에 다니지 않거나 프리랜서다. 2. 여행을 좋아한다. 3. 같이 있으면 즐겁다. 세 가지의 필터로 걸러진 3명의 동행자 후보를 꼽고 차례로 만나 크루즈 여행을 제안했다.
후보자 1 대학교 후배 크루즈에 흥미를 보였으나, 당일 본 사주에서 2월에 취직한다고 해서 fail. 아 몹쓸 신탁통치의 대한민국이여…
후보자 2 여행 중 만나 친해진 언니 ‘크루즈 28일’이라는 이야기를 하자마자 ‘아 멀미나, 토나와. 우웩’이라며 거듭 말하며 극렬한 거부감을 보이며 fail..
후보자 3 중고딩 동창 크루즈 타보고는 싶으나 통장의 잔고를 밝히며 정중히 거절해서 fail…
석 잔의 고배를 연달아 마시고 난 속으로 울부짖었다. 아니 대체 혼자 크루즈를 타고 싶은 사람들은 어떻게 크루즈를 탄단 말인가????
이 글은 스팀 기반 여행정보 서비스
trips.teem 으로 작성된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