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3일 상하이를 출발하여 3월 31일 스페인 말라가에 도착했다. 피치 못하게 싱가포르에서 두바이로 단 한 번 비행기를 탄 것을 빼고는 총 4번 41일간 배를 타고 아시아에서 유럽까지 항해했다. 누웠다 잠에서 깨면 대부분 나라가 바뀌어있었고 시간이 딜레이되는 걸 몸소 느끼며 바다를 떠다녔는데 시간은 한 시간 한 시간 앞으로 감겨 지금은 한국보다 7시간 늦은 시간에 머물고 있다. 12개국을 거쳤고, 중국해를 아라비안해를 에덴만을 수에즈 운하를 에게해를 지중해를 건넜다.
https://pubbee.s3.ap-northeast-2.amazonaws.com/origin/s-1554396120840.jpg 수에즈 운하
https://pubbee.s3.ap-northeast-2.amazonaws.com/origin/s-1554396131204.jpg 수에즈만에서의 노을
외롭기도 했고 충만하기도 했고 눈물겹게 행복하기도 했고 피로하기도 했던 시간을 통과해 도착한 말라가에서 @roundyround를 만났다. 둥근 지구의 서쪽으로 과거를 헤엄쳐온 나와 동쪽으로 미래를 날아온 그녀는 만나자마자 재잘재잘 길 위의 이야기들을 해댔다. 정말이지 비현실적인 만남이었다. 실수로 말라가 시내가 아닌 10km 떨어진 작은 도시 토레몰리노스에 숙소를 예약했는데 바다를 품고 있는 조용하고 아기자기한 마을은 가만히 있기 제격이라 우리는 바로 사랑에 빠져 버렸다. 이것 또한 실수가 아닌 정해진 운명의 이끌림이었겠지. 지나쳐온 여행의 시간보다 더 지쳐있던 우리는 이곳에 한참을 머물며 글을 쓰고 충전의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이제는 정말 밀리고 밀린 글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연재에 박차를 가해야만 하는 때이다.
@roundyround는 2달간 쌓인 매거진 <춘자>를 내게 손수 전해 주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쨍하고 컬러풀한 낯과 시끌벅적 축제가 벌어지는 수크레의 생생한 냄새가 훅 날 덮쳤다. 따로 또 같이 여행을 하고 따로 또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우리는 서로를 토닥이며 1유로의 와인과 2유로의 타파를 질릴 때까지 먹으며 사랑스러운 토레몰리노스에 있을 것 같다. 이 곳이 지루해질 때 쯤 근처 어딘가로 갈테고 주머니의 동전을 탈탈 털어 먼지가 날 때 쯤 집에 돌아 가겠지. 하지만 가능만 하다면 호주 끝자락까지 항해 하고 싶다는 마음을 아직 거두지는 않았다.
이 글은 스팀 기반 여행정보 서비스
trips.teem 으로 작성된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