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로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다.
아주 오래전 예고편을 보고 꼭 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잊고 있던 영화, 다큐멘터리로 감독 'Samantha Futerman(애칭 쌤)'이 주인공이다. 배우가 꿈인 그녀는 LA에 살고 있다. 친구와 함께 찍은 유튜브 영상을 본 프랑스의 '아나이스'에게 페이스북 메시지를 하나 받는다.
"안녕. 놀라지 마. 우리 쌍둥이인 것 같아."
그녀의 페이스북 사진을 보는데 '이건 나잖아?'
부산에서 비슷한 시기에 미국으로 입양된 쌤과 프랑스로 입양된 아나이스. 출생 연도와 외모가 같다. 우연 일리가 없다. 25년간 서로의 존재도 모른 채 자라다가 SNS 세상 덕에 그들은 우연히 서로의 존재를 마주친다. 아마도 쌍둥이.
이 기막힌 상황에 모두가 놀라고 영화 각본으로도 손색없을 만큼 독특하고 눈에 띄는 이야기. 샘은 당연히 이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만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영화는 타자였던 그들이 소통하고 서로의 사는 곳을 방문하고 서로의 일상에 스며들고 입양이란 의미를 마주하기 위해 한국에 방문하고 돌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Pop Pop! 너무나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그녀 둘
이 영화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Pop'이다. 그녀들의 문자 메시지 속 처음이자 마지막은 항상 Pop, Pop, Pop. 그녀들은 Pop을 남발한다. 기뻐도 pop, 슬퍼도 pop이다. 정확한 뜻은 모르겠으나 마치 서로의 삶에 갑자기 튀어나온 그들의 인연을 상징하는 의성어처럼 느껴졌다. 때로는 '안녕!' 때로는'즐거워. 기뻐. 신나'. 때로는 '사랑해 보고 싶어' 그리고 어느 날은 '힘내. 내가 있잖아.'
25살 감성에 맞게 장면 전환이 무척 통통 튄다. 때로는 광고의 한 장면 같기도 하고 곳곳의 일러스트가 상큼하게 등장해 여느 다큐멘터리와 달리 귀엽다. 놀이공원에서 먹는 캔디 같기도
진지하고 심각한 이야기이지만 그녀들의 말투와 행동은 너무나 사랑스럽다. 서로 콧구멍이 똑같다며 콧구멍을 보여주는 모습. 시종일관 장난스럽고 활기 넘친다. 밝고 신나는데 그녀들의 말대로 그녀들은 이대로 행복한데 충분한데 요새 나이가 들었나 봐. 그녀들을 보고 있는데 왜 이리 주책맞게 눈물이 나던지. 몇 번이나 눈물을 닦았다.
(스포일러 주의)
그녀들은 닮았고 또 다르다.
"이상하게 어릴 적 외로울 때가 있었어. 엄마에게 외롭다고 말하자 엄마는 길거리에서 만나는 친구에게 '아나이스와 놀래?' 하며 데려오곤 했지만 놀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았어. 혼자 있고 싶었어. 너무 외로웠어. 그런데 이제 비로소 그 이유를 알 것 같아. 네가 그리웠던 거야."
"보고 싶어. 이상하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을 사랑하다니."
25년간 미국에서 두 오빠들과 함께 자란 샘, 25년간 파리에서 외동딸로 자란 아나이스. 매니큐어 색깔도 똑같고 청바지도 같은 걸 입는다. 예술적이고 창조적이며 자기 절제가 부족한 성격까지 빼닮았다. 샘은 배우고 아나이스는 의상 디자이너이다. 웃는 표정과 몸짓이 비슷해서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 같다. 식성도 비슷하다. 얼굴만 봐도 정확히 무슨 감정인지 느낄 수 있다. 서로가 존재하지 몰랐어도 그들은 참 많이 닮았다. 유전자로 결정되는 부분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서로 완전히 다른 부분이 있는데 '입양'에 대한 관점의 차이다. 아나이스는 어렸을 적 입양에 대한 상처를 받았다. 이질적인 자신의 존재에 대한 주변의 차가운 시선. 아나이스는 자신이 버림받은 존재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자신이 태어난 건 생일이 아니라 프랑스에 와서 엄마 아빠를 만난 그 날이라고.
샘은 단 한 번도 사랑이 부족한 적이 없었다. 입양 사실이 부끄럽거나 죄가 된다고 생각한 적 없었다. 엄마, 아빠, 오빠는 샘에게 완전한 가족이 되어주었고 주변에서도 샘의 존재를 사랑해주었다. 그래서 샘은 입양이 삶의 여러 가지 사건 중 특별히 충격적으로 다뤄야 할 이슈가 아니었고 자연스러운 자신의 정체성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래서 샘은 아나이스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다. 입양 전에도 한국에도 너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음을 자신처럼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아나이스는 감정 기복이 심하다. 샘은 누구보다도 외향적이고 아나이스는 내향적이다. 감정의 안정성과 외향성, 내향성은 어릴 시절 양육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지도 모른다.
샘의 관점에서 만들어졌기에 아나이스의 생각과 일상이 구체적으로 표현되는 건 아니지만 스쳐가는 아나이스의 표정과 대사에 한 없이 공감이 되기도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다행이다. 아나이스가 샘을 만나서 또 샘이 아나이스를 만나서. 서로에게 가족이 되어줄 수 있어서.
"우리는 행복해요. 당신을 원망하지 않아요. 감사해요. 이렇게 멋진 인생을 살도록 기회를 주어서"
삶 그 자체를 담아도 어느 영화보다 더욱 영화 같은 군더더기 없는 상큼한 다큐멘터리. 감독과 배우가 일치하는 덕분에 괴리감이 생기지 않고 진실되게 와닿았던 것 같다. 입양, 현대적 관점에서의 가족의 의미, 외로움, 연대, 사랑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지는 영화. 사랑스러운 그녀들을 만나러 직접 극장으로 가지 못한 게 무척 아쉽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내가 쌍둥이라면 참 좋았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그녀들의 마주 잡은 두 손이 너무나 따뜻하다.
영화URL : https://www.themoviedb.org/movie/324325-twinsters?language=kr-KR 평점 : AAA